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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감독 이안 (2007 / 중국, 미국)
출연 양조위, 탕웨이, 조안 첸, 왕력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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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배급업자들의 저열하고 뻔뻔한 작태 덕분에, 아주 좋은 영화를 놓칠 뻔 했다.
...예전 블로그에도 이런 비슷한 케이스에 대한 글을 하나 쓴 적이 있다(지금은 지워서 볼 수 없음).

구글에서 '색계'라는 keyword로 검색을 돌려보면...

'파격 정사씬 실제 정사... 어쩌고 저쩌고...'

라고 뜬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 사자상을 받은 작품성 높은 영화 한 편이 에로 영화로 곤두박질 치는 순간이다.
'물론 영화제에서 상 받은 영화는 재미가 없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기초적인 상식(?)을 고려한, 그래서 어떻게든 여배우의 알몸을 보려고 몰려들 것이 분명한 음란 중년[각주:1]들을 위한, 배급사의 친절하고도 자상한 배려임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2MB 같은 새끼들을 봤나...

거듭 말하지만 이 영화는 멋진 각본, 배우들의 호연, 적절한 촬영, 잔잔한 음악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완벽에 가까운 걸작이다.
실제 정사가 어떻고 여배우가 어떻고 하는 '에로 영화'가 아니다.
배드신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게 야하다기 보다는 줄곧 기분이 텁텁하고 우울하며 슬프다.
포르노의 배드신에는 이유가 없어서 포르노지만, 이 영화의 배드신은 영화의 스토리에서 빠지면 곤란할 필수요소라고 하겠다.
처음에는 하도 곳곳에서 정사가 어떻고 배드씬이 뭐라고 뭐라고 멍멍거리길레, 그저 그렇고 그런 영화로군... 이라 판단하고 잊고 살았는데, 아주 좋은 영화라고 자꾸 권하는 이가 있어 반신반의하고 보게 되었다.

아뿔싸...
엄청난 영화였다.
대본이 정말 잘 짜여져 있어서 감탄, 또 감탄.
배우들의 호연에도 감탄.
섬세한 화면과 매끄러운 편집에 감탄.
철저한 고증과 수 많은 엑스트라로 이뤄진 그 스케일에 감탄...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별 다섯개 짜리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마치 2MB와도 같은, 배급사인지 수입사인지, 이런 영화를 에로 영화로 팔아보겠다는 한심한 친구들을 이해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야...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여배우의 알몸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중년 아저씨들에 대한 배신이고, 이안 감독(브로크백마운틴을 찍었던 사람이 갑자기 에로영화를 찍을리도 없고...)이하 영화를 만든 배우들과 스텝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이 영화는 절대 에로영화가 아니다!
좋은 영화 한 편 보고 싶다면 감히 추천해 본다.
단, 헤피엔딩 제일주의자, 슬픈 이야기나 꿀꿀하고 우울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영화를 찾아보기 바란다.

p.s. 원제목은 계, 색 이었다 한다. 그러나 한국말로 옮기면 어감이 안 좋아져서 바꿨다나 뭐라나...
  1. 1. 음란물을 극장에서 보려하는 남성이 몇이나 될까. 젊은 친구들은 인터넷으로 해결하겠지.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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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nnow 정말 엄청난 영화죠...
    다만 중국정부가 여주인 탕웨이를 중국 연예계에서 퇴출시키고, 자신들이 무뇌아라는걸 전세계에 널리 알려줬죠 ㅡ.ㅡ
    퇴출되고 홍콩 연예계에서 활동중이라는데....
    2009.06.20 22:58 신고
  • 프로필사진 FROSTEYe 중국 답습니다. 한숨이 나오네요...

    뭐 한국의 요즘 상황도 그리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 강도만 다를 뿐이지...

    윤도현 같은 경우는 뮤직비디오에서 배우들이 차로의 노란선 밟았다는 웃기지도 않는 핑계로 KBS 방영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고...

    또 라디오나 TV에서 하차하는 앵커나 연예인들이 생기고...

    참 뭣 같은 시국입니다.
    2009.06.20 23: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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