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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사태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보도가 아주 가관입니다.

핵심을 짚지 못하는 건 물론이요, 진영 논리에 휩싸여 사실과는 동떨어진 기사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르포(report)라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의 기사를 냈습니다.

한겨레 신문 기사 : [그리스 르포] “카페마다 사람들 북적…‘부도 국가’ 맞나 싶다”

글쓴이는 "나는 ATM에 줄 서 있는 사람 보지 못했다"며,

그리스의 일부분만 보고서는 전체 분위기가 한적한 듯 말합니다.

영국 매체인 가디언이 찍은 사진 [링크]은 그리스가 아니고 무슨 이라크에서 촬영한 것일까요?

 

Copyright the Guardian 2015 / About 1,000 bank branches around Greece were ordered by the government to open for a day to help desperate pensioners without ATM cards withdraw up to €120

향일보... 아니 경향신문은 어떨까요.

경향신문 기사 : 그리스 국민, 구제금융 긴축 거부...'OXI(반대)' 60% 이상 압도적 승리

기사 본문을 보면...

"이번 투표 결과는 그리스 서민층과 청년들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는 문구 등에서, 그리스의 이번 찬반 투표에서 반대가 결정된 것을 그리스 민중이 어떤 "성취"나 "승리" 한 것인양 묘사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구제금융 패키지 찬반 투표에서 찬성이 나오든 반대가 나오든,

그리스가 갚아야 할 그리스 국채, IMF 구제금융, 유로존에 진 빚 등은 그대로입니다.

이번 투표는 그리스 총리 시프라스가,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그리스 인민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일종의 시간끌기 및 꼼수 였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공범'을 모집하고자 한 것이죠.

물론 반대가 우세하게 나왔기 때문에, 시프라스 총리가 유로존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유로존에 협박과 으름장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채권단에게 영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긴 상황에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의 그리스 경제 위기는 '자본가 대 민중' 혹은 '99%대 1%' 이런 대결 구도가 아닙니다.

마치 어떤 헤게모니 대결에서 승리 한 것 같이 기사를 써 놨죠.

 

 

중동은 더 한심 합니다.

연일 "복지병"이 도져서 그리스가 망했다는 되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죠.

언론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수준의 헛소리입니다.

진영 논리에 빠져서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인양 호도하고 있으니 이미 언론이길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 사태의 본질은?

국내 언론이 이 모양이니, 결국 그리스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외 언론을 참고 하거나,

기사화 되지는 않은 국내의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밖에요.

1. 조중동의 주장 : 복지병이 그리스를 망쳤는가?

일정부분 기여한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본질은 아닙니다.

그리스의 고용 노동자 대비 공무원 비율은 무려 18% 가량, 통계에 따라서는 20%를 넘어서기도 합니다.

일하는 사람 다섯 중 하나가 공무원이었다는 얘기죠.

더 놀라운 것은 2010년에야 최초로 이 집계를 시작했고, 공기업이나 그 자문업체들은 제외한 것이란 점.

그리스 공무원들은 일년에 월급을 14번(크리스마스와 신년 보너스) 받으며, 연금도 일반인들의 61세가 아닌 55세 부터 받을 수 있다는군요.

그 연금 또한 상속이 되기 때문에 연금지출 비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복지병이라고 한다면, "공무원 복지병"이라고 해야 옳겠죠.

물론 조중동은 보편복지를 매우 싫어 하므로, 저렇게 구체적으로 쓰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보편복지 수준은?

그리스의 보편복지는 EURO존 국가들 중에서도 매우 떨어졌던데다,

평균노동시간은 OECD 2위의 한국 바로 다음이었습니다.

노동 조건이나 복지 수준이 한국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죠.

복지의 과실은 중상류층 이상의 특정계층만 따먹었습니다.

 

2. 구제금융 찬반 투표의 의미

그리스 총리 시프라스는 IMF에 이미 2조원대의 디폴트를 선언했고, 유로존 채권단(언론에서는 트로이카라고도 하더군요)에도 배 째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유로존에 남고는 싶은데, 갚을 돈은 없으니 구제금융을 더 주든지, 빚을 탕감해 주든지..."

사실 이 정도면 모럴 해저드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만, 이건 좀 있다가 얘기하죠.

유로존의 수장국이나 다름없는 독일은 아주 강경합니다.

독일 국민들은 그리스에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는 입장이며, 독일 메르켈 총리는 이를 받아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 금융이나 탕감에 대해서 완강한 반대 발언을 수차례 한 상황입니다.

채권단 역시도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며 그리스를 강하게 압박 했습니다.

그리스 총리는 궁지에 몰렸고, 쓸 수 있는 패는 모두 꺼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국민 투표를 들고 나왔습니다.

일종의 총리 재신임 투표 성격도 있지만, 실제로는 채권단 협상에서 빚 탕감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탕감 안 해주면, 선거 결과도 이렇게 나왔겠다, 디폴트 선언하고 유로존 탈퇴, 그리스 자체 통화 도입이라는 "그렉시트(Greek + Exit)" 하겠노라는 벼랑 끝 전술이죠.

이게 먹힐지는 물론 두고봐야 하겠습니다만.

그리고... 솔직히 Yes가 나왔어도 그리스 총리가 순순히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했을지는 좀...

 

3. "하나의 유럽"

그렇다면 그리스 총리를 비롯해서, 구제금융 플랜에 반대표를 던진 그리스 인민들이 "Moral hazard"에 빠져 있는 것일까요?

여기서 그리스 경제 위기의 본질이 나옵니다.

유럽연합은 정치적 통합 이전에 경제적 통합을 위해 유로화 경제권(유로존)을 만들었습니다.

서독의 동독에 대한 막대한 금융지원이 결국 독일 통일을 불러왔고, 한국에서도 햇볕 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 것 처럼, 유로화 통합(경제적 통합)이 정치적 통합을 앞당길 수 있을리란 기대로 말이죠.

이 과정에서, 하나의 유럽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유럽의 정상들은 무리한 베팅을 합니다.

그리스 같은 무자격자를 유로존에 들인 것이죠.

당시 그리스는 분명히 자격 미달이었고 유럽 사람들이 모두 이를 알았습니다만,

유럽인들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그리스를 유로존에 편입 했습니다.

자국 공무원 수 통계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어중이 떠중이가, 낮은 가치의 자국 화폐 대신 훨씬 높은 가치의 유로를 손에 쥐었으니...

그리스는 부동산 투기붐, 공무원 연금 등의 포퓰리즘에 더해,

나라의 주력 산업인 해양업과 관광업이 세계 경제 위기로 휘청하자 빚잔치를 거듭했고, 그 결과가 오늘날 보시는 대로입니다.

이를테면 그리스의 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무리한 유로존 편입이었고, 이에 대한 책임은 유럽 전체가 져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IMF 구제금융 정책 5년여 동안 그리스는 더욱 더 나빠지기만 했고,

유로존 채권단들은 그리스 너네들 없어도 유로는 돌아간다며 그리스를 압박 했습니다.

그리스가 제조업, 금융업 기반도 없는 별 볼일 없는 작은 나라라는 것도 한 몫 했겠죠...

여기에 터키(그리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는 유로존이 아니며, 그리스와 국경분쟁이 있습니다)와의 군비 경쟁도 그리스의 오랜 문제였습니다.

그리스 인민들이 No!를 외쳤지만 그들을 쉽사리 "모럴 해저드" "도둑놈 심보"라고 탓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계 경제는 연결되어 있고, 그리스 위기 역시도 어떤 방식으로든 국내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언론은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죠.

하지만 소위 메이저 언론사들이 내는 기사들은 이렇게 진영논리에 기울거나,

전체를 조망하기 보다는 자기들 입맛대로 일부 사실만 과장하는 내용들 뿐입니다.

이래서야 과연 "언론"이 존재할 가치가 있을지요.

요즘 한참 일고 있는 '기레기' 논란과 더불어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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