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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일 당일(3월 29일) 봤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들어가자면...

공각기동대가 뭔지 잘 모른다, 라는 사람이라면 뭐 봐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공각기동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보고나서 절망과 좌절, 분노를 맛 볼 수 있습니다.

나의 공각은 이렇지 않아!!


공각기동대를 모른다, 혹은 자세히는 모른다 : 별 두개 반

공각기동대를 잘 안다 : 별 하나 반


벡델테스트 : 통과

1.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인가 : O

2. 둘이 대화를 하는가 : O

3. 그 대화가 남자 이야기가 아닐 것 : O


오우래 박사와 소좌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꽤 있기 때문에 벡델 테스트는 통과합니다. 줄리엣 비노쉬가 오우레 박사 역을 맡았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원작

공각기동대의 원작은 시로 마사무네의 코믹스입니다.

약간 개그가 들어간 블레이드 러너의 마이너 카피 정도?

그 옛날 해적판 밖에 없을 당시 봤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무튼 이 원작 만화를...

시끌별 녀석들, 페트레이버 극장판 등을 자신 만의 센스로 개조한 덕에 '원작 파괴자' 칭호를 얻은 오시이 마모루가 감독을 맡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1995년판 '공각기동대'입니다.

이게 예기치않게 인기를 얻게 되고 오시이 마모루는 일약 세계적 감독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1995년판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의 영어 제목이 'Ghost in the shell'입니다.

이번 실사판 공각기동대의 원작은, 오시이 마모루판 공각기동대입니다.

원작 코믹스에서 가져온 것이 없는 건 아니지만, 1995년작 공각기동대가 기본 뼈대입니다.


블레이드 러너가 자꾸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뭐 고전을 보지 않은 요즘 애들에게는 그럴싸하게 다가갈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 장면은 제5원소 라든지 많은 영화에서 따라해서 이제는 재탕의 재탕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중고딩들한테는 새로워 보일 수도.


트레일러부터 좀 많이 걱정 됐지만... 바토는 이 모양이고.... 처음에는 멀쩡한 안구지만 중반에 기계눈으로 바꿔 달게 됩니다. 너무나 이상한 분장. 사이보그랍시고 나오는 캐릭터들 분장이 그냥 파스 붙인 아저씨 수준이라서 눈이 괴롭습니다.


2. 화이트워싱

원작자... 라고 해야 하려나요.

오시이 마모루는 스칼렛 요한슨 캐스팅에 대해서 어차피 사이보그인데 무슨 상관이냐며, 화이트 워싱은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인터뷰 했습니다.

뭐 그런데 그거야 니 생각이고요...



스칼렛 요한슨을 싫어해서 일단 화이트 워싱 논란 아니더라도 영화가 그리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어울리지도 않게 인상 쓰고 다니면서 뭔가에 쫓기고 안달이 나 있는 상태의 '메이저' 캐릭터와 싫어하는 배우가 딱 붙으니 최악이더군요.

1995년 판 애니메이션의 메이저 아닌 '소좌'는 늘 여유만만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고난을 만나면 기민하게 대처하고 침착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사선을 넘나들며 단련된 노련한 전사였죠(TVA '공각기동대 스탠드 얼론 컴플렉스'에서 그 과거가 묘사되기도 합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들고 있는 무기는 만렙인데, 그걸 들고 뭘 어쩔 줄 몰라 안달 나 있는 신참입니다.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밀려옵니다.


여성 배우에게 쫄쫄이를 입혀 놨습니다. 일부 양키들은 'hot'하다고 좋아하더군요. WHAT? 성적 대상화는 원작(1995년 공각기동대 극장판)에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원작에서는 건조하게 묘사해서 기계라는 느낌이 납니다만, 이번은 그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사이보그(의체) 같지도 않고.


3. 메이저

메이저가 캐릭터 이름으로 붙어있기는한데, 이게 소좌(한국식으로는 소령)라는 호칭에 더 익숙한 사람이 있고, 아닐 사람도 있겠죠.

어쨌든 한국에 개봉한 버전에서는 자막이 전부 메이저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들어요... 그냥 소좌로 했으면 그나마 이질감이 덜하지 않았을까.

메이저 아니고서라도 자막이 전반적으로 개판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お前に任せる"를 "승인을 받았다"로 번역한 건 정말 마지막까지 열받게 하더군요.

영어 자막은 아마도 "You are authorized"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모토코... 아니 '메이저'가 작전의 전권을 위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이걸 아라마키가 "승인을 받았다"고 하면 안 되죠.

"너에게 작전 지휘를 맡긴다" 정도가 옳습니다.


자막도 자막이지만... 어디서 튀어나온지 알 수 없는 듣보잡이 "모토코---!"를 외칩니다. 버터끼 가득한 발음으로. 괴롭습니다.


4. 납작하게

원작의 주제의식이나 문제의식... 이란 건 뭐 사실 블레이드 러너 이래로 어떻게 가다듬어도 재탕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긴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할리우드 킬링 타임 영화로 납작하게 지져버릴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요.

화이트 워싱 논란도 그렇고, 스칼렛 요한슨의 딱딱한 연기도 그렇고(스칼렛 요한슨은 루시 때도 그랬지만 각본을 고르는 안목이 아놀드 슈워제네거 급입니다), 스토리 자체도 평범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물론 이렇게 해버리면 공각기동대 원작을 잘 모르는 소위 "일반인 관객"에게는 더 다가가기 쉽겠죠.

사실 1995년판 공각기동대도 원작의 개그 성분은 싸그리 증발시키고, 거기서 감독이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담은 것이었지만...

실사판 공각기동대는 대중적인 캐스팅(스칼렛 요핸슨)에 더해 어려운 얘기(시대가 지난 지금에 와서는 그다지 어렵지도 않습니다)는 빼는 걸 시도 했지만, 그 때문에 결국 결과물이 너무 애매해졌습니다. 

할리우드 '메이저' 자본의 투자를 받아 전세계 개봉하는 영화의 한계란 것이 뭐 뻔하긴 합니다만, 적어도 1995년 판보다 퇴보하지는 말아야지...

하다못해 많은 우려가 있었던 로보캅 리메이크도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고 인정 받았습니다.

그런데 공각기동대 실사판은 뭐 남는 게 없어요. 

되려 기계 속의 인격이라는 주제에 대한 접근은, 닐 브롬캠프 감독의 채피가 더 나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채피에서도 일이 안 풀리니까 휴 잭맨이 로봇 병기를 직접 조종하죠.

실사판 공각기동대에서도 한카 회장이란 양반이 일이 잘 안 풀리니까 자기가 직접 스파이더 탱크를 조종합니다.

이건 뭐 새롭지도 않고... 채피 쪽 로봇이 훨씬 더 쎄고 흉악해 보이며 액션씬도 더 낫죠.  


휴 잭맨이 악당으로 나왔던 채피(2015). 물론 채피도 좀 되다가 만 영화였습니다만, 주제의식에서만 보자면 실사판 공각기동대보다는 이 쪽이 더 낫습니다.


스칼렛 요오핸쓴보다 더 싫은 배우, 비토 다케시. 발음도 형편없는데 비중은 은근히 있어서 자주 나옵니다. 개짜증. 대체 왜 이 양반을 캐스팅 한 것인지? 특히 아라마키 혼자서 일본어를 쓰는데 영어 사용자인 다른 캐릭터들이 다 알아듣는 부분은 코미디.


5. 미래

의체(사이보그)가 나오지만 뭐 달리 사이보그 같지도 않고...

위에서 바토 사진을 봐도 그렇지만, 사이보그랍시고 등장하는 애들이 그냥 파스 붙인 아저씨 같다는 말이죠.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게이샤 로봇은 로봇이니까 로봇 같기는 한데, 그마저도 임팩트가 약합니다.

다른 영화에서 이미 더 쎈 걸 많이 본 요즘 관객들 눈높이를 맞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사이보그 의체 끼리의 전투라는 느낌이 전혀 없고, 평범한 총싸움을 벌입니다.

차라리 하드코어 헨리 같은 영화가 정말 사이보그가 싸운다는 느낌이 나죠.

배경이 미래인데 딱히 미래 같지도 않은 것이,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든지.

소품이나 배경에서 미래적인 분위기를 낸다고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이건 뭐 능력부족이죠.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에서 묘사되는 미래의 모습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단순히 옷만 알록달록 하게 입었다고 다 미래는 아니죠.

미장센에서도 미래라는 분위기 전달에서도 모두 실패 했습니다.


1995년 애니메이션의 청소차 시퀀스를 무리하게 빌려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정도 지나면 사람이 운전을 하지는 않을 거란 말이죠. 의체까지 돌아다니는 판국에 사람이 직접 쓰레기나 치우고 있을 것 같습니까.


1995년 애니메이션에선 뼈있는 대사도 던지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캐치하는 묵직한 조연으로 인상을 남겼던 토구사. "マテバで良ければ" 에... 뭐 마테바를 들고 나오기는 합니다. 그러나 보다시피 그냥 대사 별로 없는 토큰 아시안 신세. 아니 그리고 말이죠, 마테바를 들고 있는 양반이 왜 자동권총 탄입대를 차고 있느냐고요. 아 진짜...


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고 하려고 했는데... 뭐랄까, 드래곤볼 에볼루션 보다는 낫다고 해야 하겠군요.

그냥 나왔다가 사라지는 것만 반복하는 의미없는 악역 쿠제, 주제의식 증발, 컴컴한 밤에 이뤄지는 스파이더 탱크 전투 장면(제작비 탓이겠죠), 알고보니 흑막이자 악의 원흉은 욕심장이 대기업이라는 뻔하디 뻔한 스토리, 굳이 '악의 보스'를 리볼버로 직접 처단하며 폼 잡는 아라마키 등등 뭐랄까 대박입니다.

정말 대박이에요.

아니나다를까, 루튼 토메이토즈 46% [링크]로 썩었다는 평가를 기록했습니다.

차라리 타치코마와 스파이더 탱크를 치고 받게 만들고 원작 코믹스의 개그끼를 좀 섞어 유쾌하게 각색 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한 줄 요약 : 일뽕 맞은 백인 감독이 만든, 오시이 마모루판 공각 기동대의 공식 동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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