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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한 영화도 없고 해서 별 기대 안 하고 신촌 메가박스에서 봤습니다.

신촌은 생활권과 좀 떨어져 있어서 거의 안 가는 동네인데...

금요일 밤인데도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더군요.

신촌 메가박스 건물은 부동산 관련해서 무슨 분쟁이라도 있는 것인지 메가박스 빼면 모두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서 더욱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드넓은 신촌역 앞 광장... "개미 새끼 하나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곳이었을 줄이야...


불금 저녁인데 이 모양입니다.


신촌이 상권이 죽었네 어쩌네 하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버려진 도시에 온 기분이었네요.


영화 보고 나오면서. 영화관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뭐 덕분에 관람 환경은 쾌적 했지만...


르 1, 2편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 중에서도 약간 뭐랄까 쩌리 취급이죠.

그 앤트맨이나 닥터 스트레인지도 완성도는 괜찮다고들 했는데...

유독 토르는 미묘한 퀄리티로 인해 유명 배우들이 출연함에도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았습니다.

지금 다시 보니 토르 1은 루튼 토메이토즈 77%, 2편 다크 월드는 66%군요.

뭐 나쁜 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수준도 아닙니다.

그래서 3편인 토르: 라그나로크는 루튼 토메이토즈 지수가 얼마인고 하니... 무려 93%[링크]입니다.

이 정도면 봐도 후회는 안 한다는 수준이죠.

저도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티켓 값은 충분히 합니다.

오락영화로는 아주 훌륭하기 때문에 강력히 추천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관람 전인 분은 그만 읽으시길 바랍니다.


스토리는 아주 전통적인 영웅 서사시입니다.

러시아의 학자 블로디미르 프로프(프롭이라고 적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러시아 사람이니까 프로프가 맞겠죠!)는 민담을 구조적으로 연구하여 민담의 서사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친 바가 있습니다.

영웅 서사시 같은 민담에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고, 그것이 구조적으로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가 있죠.

조셉 캠벨은 대충 아래와 같은 구조로 영웅 서사시의 요소들을 추려냈습니다.


1. 영웅이 모험에의 부름을 받음

2. 일상을 이유로 영웅은 처음에는 이를 거부함

3. 초자연적인 조력을 얻게 됨

4. 일상을 벗어난 모험의 시작, 문턱을 넘게 됨

5. 영웅은 고래의 뱃속, 심연으로 뛰어들게 됨

6. 영웅이 시련을 겪게 된다

7. 영웅이 여신(여인)을 만난다

8. 영웅이 악녀와 만난다

9.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속죄

10. 영웅은 비로서 신성한 존재로 거듭나고

11. 모험의 여정 끝에 진귀한 아이템(혹은 능력)을 득템

12. 일상에의 복귀를 거부하는 영웅

13. 금의환향, 혹은 모험이라는 위기상황에서의 탈출

14.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탈출의 여정에서 조력을 받음

15. 변화 가득 했던 모험의 문턱에서 일상으로

16. 모험과 일상, 두 세계를 제패한 영웅

17. 초월자로 등극


화를 보셨던 분은 캠벨의 이론과 영화 스토리를 비교해 보면 재밌을 것입니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는 대충 어떻게 될까요.


1. 토르가 라그나로크의 계시를 받음

2. 라그나로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계시를 거부하는 토르

3. 아버지의 사망, 오딘을 용서하는 토르와 로키

4. 헬라의 등장, 망치를 잃게 되는 시련

5. 바이프로스트 탑승 도중 사고로 그랜드마스터의 영역에...

6. 헐크와 마주하는 최악의 시련

7. 자신을 팔아넘긴 이가 아스가르드의 왕을 지키는 고귀한 전사 '발키리'라는 것을 알게 됨

8. 시련은 계속되고 토르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아스가르드로 귀환

9.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속죄, 망치에의 미련을 버리게 되는 토르

10. 번개신으로 진정한 각성

11. 번개를 자유자재로 부리게 되고 비로소 헬라와 대적함

12. 아스가르드라는 고향이자 '일상의 장소'를 파괴해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

13. 라그나로크 강제 실행.exe

14. 로키와 헐크의 도움으로 아스가르드인들은 안전하게 대피

15. 지구로 향하는 우주선에서 아스가르드의 진정한 왕으로 인정받는 토르

16. 아스가르드의 왕이자 번개의 신으로 거듭난 토르

17. 그리고 지구로...


대충 끼워 맞춰 지죠?

원래 민담이나 영웅 서사라는 것이 이렇게 여러 학자의 노력으로 그 구조가 빤히 밝혀져 있는 것이므로 그걸 어떻게 잘 포장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토르 1, 2편에서 쓸데없이 무게 잡던 토르와 주변 인물들은 이번에는 아주 작정하고 개그를 하기 시작합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혁명하는 돌덩이 토르그 목소리를 직접 연기 했습니다;;)에 대한 우려도 좀 있었는데, 아주 멋진 오락 영화로 잘 마무리 해 냈네요.


토르와 발키리의 '썸'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할리우드 영화의 고질병인 여성 캐릭터와 괴랄한 로맨스, 키스 장면 같은 무리수가 없습니다.

또한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대우도 나쁘지 않아서 발키리는 토르의 악세서리가 아닙니다.

만날 때부터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발키리의 행동에는 확실한 이유들이 있다는 것이 제시됩니다.

토르에게 폐하라는 존칭을 쓸 때는 눈물이 찔끔 났네요. ㅠㅜ


메인 빌런인 헬라는 아주 강렬한 캐릭터입니다.

요즘 인기 있는 "다 죽여 언니"인데 좀 소모적으로 리타이어 한 느낌은 있습니다.

헬라의 힘은 아스가르드가 그 원천인데, 아스가르드가 박살이 났으니 다음 편에 나온다고 해도 이번만큼의 강력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겠죠...

빌런이지만 다음 MCU 영화에서 꼭 다시 보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죽음의 여신" 헬라. 다음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케이트 블란쳇은 헬라 역을 소화하기 위해서 카포에라를 배웠다고 합니다!


라그라로크 실행 파일 수르트. 불에 닿으면 커집니다...

영화 세계관에서의 최강자는 토르도 헬라도 토르그도 헐크도 그랜드마스터도 아닙니다.

목미테!

아무데나 붙여서 반신들도 마비시키는 신비한 물건인데 이걸 헬라에게 붙일 생각을 아무도 안 하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토르랑 로키도 쩔쩔 매는 물건인데 헬라에게 붙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스탶롤 끝나고 쿠키 영상은 있는데 안 봐도 됩니다.

별 내용이 없으니 그냥 나가도 상관 없겠습니다.


그 밖에...


발키리는 보통 금발 벽안의 여성으로 묘사되는데, 멋지게 인종을 바꿔 버린 점도 마음에 드네요. 테사 톰슨은 터미네이터2의 사라 코너를 모델로 연기 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직접 제시되지는 않지만, 양성애자로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술을 퍼먹는 이유가 자신을 감싸다가 사망한 발키리 때문이라나요.


헬라역으로는 샤를리즈 테론도 물망에 올랐었다고. 안젤리나 졸리 같은 배우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하기사 안젤리나 졸리는 은근히 빌런으로 나온 적이 좀 있긴 하네요...


- 자막은 아주 개판입니다.

pay 말장난 하나를 제대로 운을 못 살리고...

"you ganna pay for this!"

"yes, I paid for it"

군데 군데 오역도 많고요.

예를 들자면 퀸젯을 기동 시키려고 토르가 별별 말을 다 하는데, damn, Stark 라고 뱉은 후 Point break라고 하니까 락이 풀립니다.

그걸 정말 말도 안 되게 번역 해 놨는데 명백한 오역이고, point break는 아무데나 먼저 덤벼드는 무식한 녀석 이라는 의미입니다.


- 스탠 리 옹은 이번에는 이발사로 등장합니다.

"아이고 내 손이 예전같지 않아서 자꾸 그렇게 몸부림을 치면 안 돼~"


-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이 예고편 및 영화 안에서 나옵니다.

왜 토르가 번개 뿌리면서 졸개들을 모조리 처리할 때 (징지징 징징징 징지징 징징징) "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는 그 노래요... 

레드 제플린은 자신들의 곡을 영상이든 게임이든 사용 허가를 내어 주지 않기로 악명이 높은데...

이번에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주제곡으로 들어가 버렸네요.

아주 드문 일이죠.

뭐 요즘 사람들이야 레드 제플린이 모야? 이러겠지만 어떤 사람들(전 아니지만)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밴드였답니다!

이 노래를 고른 것은 노래 가사가 다름 아닌 북구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라고 하네요.

노래 도입부 가사는 이렇습니다.


(으아아아아 아아~)

We come from the land of the ice and snow

From the midnight sun where the hot springs blow

The hammer of the gods

Will drive our ships to new lands

To fight the horde

Sing and cry

Valhalla, I am coming


아니 노래 가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건지 싶을 정도로 가사가 너무 잘 어울립니다.

노래 가사가 영화에 맞춰서 쓴 거 아니냐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노파심에 적어 봤습니다. 


- 닥터 스트레인지의 집에 토르가 찾아가는데, '177A Bleecker St'라고 대문에 적혀 있습니다.

아니 이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셜록으로 나왔기 때문에 배우 개그로 '221B Baker Steet'의 이스터 애그인가 싶었는데...

닥터 스트레인지 작가의 실제 집주소로 뉴욕에 진짜로 있는 주소라고 합니다...


- 오딘으로 변신한 로키가 낄낄 거리면서 자기를 찬양하는 연극을 보는데, 그 연극 주인공들은 맷 데이먼(로키)이랑 크리스 햄스워드의 동생 루크 햄스워드라고 합니다. 어쩐지 너무 닮았더라만...

로키가 맷 데이먼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맷 데이먼과 친한 햄스워드가 설득해서 카메오로 나왔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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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Aaaa 참고로, point break은 폭풍속으로 영화 이름으로 영화 속 장발 머리의 주인공을 지칭하고자 한 말장난으로 보는 게 더 좋을 거 같습니다. 전작 어벤져스에서 토니가 호크아이에겐 레골라스, 로키에겐 레인디어 게임, 토르에겐 폭풍속으로, 라고 각자에게 연상되는 영화제목으로 불렀던 것이 이어졌다고 보면 되겠네요. 2017.11.29 01: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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