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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권들어서 변절이니 뭐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달고 다니는 분이지만, 황석영 선생의 소설 "삼포가는 길"은 꽤 재미있고 생각해 볼 구석도 많은 작품이다.
삼포가는 길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잊는 법이거든."

어디든 사람이 많아지면 피곤한 일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한산 둘레에 둘레길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북한산은 바위산이고 또 험해서, 등산을 하기에는 썩 좋지 않은 편이지만, 산을 오르지 않고 주변만 돈다면야 그리 힘들지 않다.
둘레길이란 말 그대로 산둘레에 길을 내놓은 것인데 걷기 좋게 내놓아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옛날에는 북한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주로 구파발역으로 많이들 몰렸다.
그러던 것이 불광역에 둘레길 입구가 생겨서 접근성이 좋아지자, 불광역 주변은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아줌마 아저씨들로 항상 붐비고 있다.
특히 휴일이 되면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에베레스트라도 오를 듯한 기세의 중년들이 우루루 몰려다닌다.

등산복으로 중무장한 중년 여성, 중년 남성 무리를 살펴보면 어떤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사람은 없다는 것.
저녁 즈음이 되면 술냄새를 풍기고 다닌다는 것.
뭔가 두명이든 세명이든 열댓명이든 항상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것.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다닌다는 것.
불광역 주변 상인들이야 유동인구가 늘어나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 술냄새 풍기고 다니는 등산객들은 상당히 몰지각해서 일반시민 입장에서는 꽤 골치아프다.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침뱉고 소리지르는 건 뭐 이 소위 "등산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본 스킬.

광역 안에는 게시판이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을 붙여놓을 수 있게 되어있다.
어떤 기준으로 관리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메모들을 잔뜩 붙여놓는데...

불광역 희망게시판. 불광역 2번 출구 부근에 있다.

"둘레 길이 생긴 뒤로 급격하게 늘어난 산악인들 때문에 몸살입니다!!! 산은 물론 동네도 아껴주세요"


마나 시달렸으면 이렇게 적어놨을까 싶다.
문구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가 아주 절절해서 동변상련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이라면 정말 동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불광역 주변은 네거리가 아주 크고, 시장과 대형마트, 버스정류장도 있어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자주 왔다갔다 하는데, 이 등산객들이 풍기는 술냄새 덕에 주말 저녁에는 거리에 서있기만 해도 취할 정도가 된다.
큰소리로 떠드는 등산객 정도는 뭐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거나하게 취해서는 시비가 붙어 물건을 부수는 등산객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욕을 해대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불광역 2번 출구로 나가서 길 하나 건너면 파출소가 있다는 것인데, 뭐 거기에 근무하시는 경찰관들이 민생을 챙기는 건 별로 본 기억이 없다.
하기사 소리지른다고 잡아갈수도 없고 딱히 달래는 것 밖에는 수가 없긴 할거다.

무튼 사람이 많아져서 이렇게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이 동네에서 사는 것도 사실 얼마 남지 않았다.
살고있는 옥탑방이 재개발이 될 예정인데, 이게 또 재미있는 것이...

이렇다.


가 있어보일려고 문자를 꽤나 동원했지만, 토지감정가가 너무 낮으니 시위와 집회를 하자는 선동이다.
재개발로 그럼 떼돈을 벌줄 알았느냐 이 바보들아...
아무튼 여기 재개발이 빨리 되야 이주비라도 받아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도 갈텐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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