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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매고 뛰어내리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너무 높아서 겁을 먹고 뛰어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뛰어내리게 하려면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영국인들은 "신사는 낙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뛰어내린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뛰어내리면 멋있을거야!"하고 말해주면 뛰어내린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은 "군면제 해주겠다"고 하면 뛰어내린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다른 사람들도 다들 뛰어내렸다"고 하면 뛰어내린다고 합니다.
각 나라의 국민성을 적당히 풍자하고 있는 우스개지요.
이 중에 일본 사람을 설득하는 말은 그냥 우스개로 지나치기에는 꽤나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본사회는 꽤 재미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천황이라는 국가지도자가 존재합니다.
실권은 없다지만 천황이라는 존재는 여러가지로 매스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더불어 국민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습죠.
여기에 정치인들은 세습을 합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아버지가 해먹던 지역구에 나이가 되면 출마해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해먹습니다.
일본이 정치후진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런 부분이 꽤 큽니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일본은 철저한 계급사회, 그러니까 귀족-평민의 구분이 확실한 사회라는 것이죠.
전국시대 이후로, 18세기나 19세기나 20세기나 21세기나 바뀐게 없죠, 신기하게도?

통 이런 계급사회는 계층변동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일개미는 대를 이어서 일개미 이런거죠.
귀족들이 평민들에게 대를 이어서 일개미의 짐을 지우려면 뭔가 세뇌같은게 필요합니다.
사람이란게 당연히 일개미만 하다보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며 들고 일어나게 마련이지요.
세뇌라고까지 하면 좀 표현이 과하다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한테는 그렇게 보입니다.
아무튼 그 세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인 것 같습니다.
일본의 교육은 한 마디로 압축 할 수 있는데, "남에게 폐(메이와쿠;めいわく;迷惑)를 끼치지 말라"는 겁니다.
일본 사람들은 별것 아닌거 가지고서도 서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기로 유명하지요.
일본 여행을 가보신 분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길거리에서 살짝 부딪혔다든지, 길을 가다가 우측통행로를 막아서 반대편 사람이 멈칫했다든지, 한국사람들 같으면 그냥 뭐 툭툭털고 지나갈 일에도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지요.
그리고 줄을 잘서고 누가 시키면 그 지시에 잘 따릅니다.
왜 관광지에서 깃발하나 세우고 사진기 메고 그 깃발 따라가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일본 관광객일 경우가 많죠;;

게 뭐 이런 저런 화학작용을 거치다보면, 남들이 다 하는 것에는 거스르지 않는 마인드가 형성됩니다.
남들이 다 하는데 혼자만 튀면 민폐(메이와쿠)거든요.
이지메라든가 하는 것도 집단에서 뒤쳐지든 앞서가든 "혼자 튀는" 개체를 배재하려는 무의식의 발현이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아무튼 이야기가 장황한데, 이렇게 일본은 꽤나 겉으로 보기에는 효율적인 일개미들의 사회가 됐습니다.
이번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이 보여준 질서의식의 뒤에서는 이런 사고방식들이 작동하고 있었을 겁니다.
물론 옳고 그름의 판단은 어찌되었든간에, 일본은 이런 식으로 사회 통합을 이뤄냈고 세계2위의 경제대국 지위를 꽤 오래 누려왔습니다.
지금이야 중국이 2위가 됐다죠.
오오 대륙의 위엄.
일본인들의 이런 마인드가 가장 극적으로 표출된 사건은 역시 제국주의 일본의 아시아 "진출"이었죠.
중국이고 일본이고 동남아고 우리나라고 간에 닥치는대로 쳐들어가서 분탕질을 쳤습니다.
이 당시 일본인들에게는 천황과 국가가 거의 종교와도 같은 그 무엇(지금도 그렇습니다만)이었죠.
그래서 카미카제나 반자이 돌격, 일본인 전체가 자결하자는 총옥쇄 같은 행동과 구호들이 난무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사무라이 어쩌고 하는 것도 적당히 믹스되니 그 패악이 이루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역사 교과서에서 다들 보셨으니 따로 언급안해도 다들 아실거에요. 

런데 이번에 그런 꽤 더러운 꼴을 다시 보게됐습니다.
50여명이 결사대가 되어서 방사선이 들끓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네요.
일본의 언론들은 이 엔지니어들을 "결사대"라며 한껏 추켜세우고 영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그 사람들은 그냥 피해자에요.
어디가, 어떻게 영웅입니까.
일본 사회의 강압적 분위기에서 등을 떠밀려 "카미카제"가 된 사람들입니다.
엔지니어들의 자기 희생은 분명히 값진 것이고 위대한 것이지만, 과연 저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로 제발로 저기에 걸어들어갔을까 싶어요.
일본과 같은 사회에서는 더욱 의심스럽고, 게다가 어떤 기사를 보니까 처자식이 없는 하청업체 직원들로 이뤄진 팀이라더군요.
트위터에서도 어떤 일본인이, "도쿄전력(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민영 전력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하청업체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두명을 뽑아 후쿠시마로 보냈다"는 말을 하더라는 이야기가 떠돌더군요.
결국 일본은 이번 원전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지극히 일본적인 방법을 택한 것 같습니다.

실 이런 대재앙에 인류애를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인간이라면 남의 불행에 함께 가슴아파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원전에 대한 미심쩍기 그지없는 대응과,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수명을 넘긴 원전을 계속 돌렸던 일본의 민영 전력회사를 보면서, 착잡함도 동시에 드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언론이 민영화가 불러온 이런 폐해와 재앙에 대한 지적이나 조명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체르노빌이나 스리마일 같은 자극적인 기사만 생산해내고 있더군요.
암담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삼성이 갤럭시탭을 이번 일본 구호물품에 물경 2,400여개 포함시켜 그 액수만 50억원을 넘는다고 하네요.
쓰나미를 맞아서 체육관에서 담요덮고, 전기도 안들어와서 밤이면 정전이 되는 와중에 갤럭시탭으로 뭘 할 수 있을까요?

아이패드가 크다고 작게 만들었다는 갤럭시탭. 근데 아이패드보다 더큰 갤럭시탭도 나올 예정이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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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ahme 음.. 배터리 다 떨어질 때까지 손전등 대신으로....
    충전이나 시켜서 보낼까요.

    내가 안 가는데 남들에게야 뭔 찬사인들 못 해 주겠습니까. 돈도 안드는데 말이죠.
    사람들을 죽으러 보내놓고 결사대 라니...ㅜ.ㅜ
    2011.03.23 05:15 신고
  • 프로필사진 FROSTEYe 그니까요. 저게 말이 좋아서 결사대지 카미카제아닙니까... 2011.03.23 17:02 신고
  • 프로필사진 굴뚝토끼 이런 좋은 글을 트랙백으로 걸어주셨는데,
    게을러서 이제야 답방왔습니다..ㅎㅎㅎ

    저도 외신보도 보고 헉~! 그랬는데,
    저만 그런게 아니였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일본의 감춰진 내면을 본 기분입니다.
    2011.03.26 23:36 신고
  • 프로필사진 FROSTEYe 사실 민영화된 도쿄전력의 무능이 이렇게가지 까발려졌는데도 조용한 일본인들의 순종적 자세도 놀랍기 그지없지요.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11.03.28 23: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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