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주제로 다루는 만화는 많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는 있을지 모르지만 금방 떠오르는 게 없네요.
일본 만화 중에 “쿠니미츠의 정치”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제목에서도 짐작 할 수 있듯 일본의 정치를 주제로 다룬 만화 였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라서 가볍게 보기 좋습니다.
여튼 실제 정치인을 다루는 만화는신문 만평을 제외하고는, 프로파간다 아니면 선거 홍보물 둘 중 하나입니다.

정치라는 주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생각하면 정치 주제 만화가 적은 것도 이해는 갑니다.
아베가 길바닥에서 산탄총에 맞아 죽는 일 같이, 아무리 픽션을 궁리해서 꾸며도 논픽션을 이기기 어렵다는 점도 있고…
일본국 전직 총리대신이 길바닥에서 사제 총에 맞아 죽는다는 스토리를 픽션으로 봤다면 사실 큰 재미는 없었을 겁니다.
이런 와중에… 2008년 미국 대선 과정을 정리한 비주얼 노블이 있습니다.
“A Graphic Diary of the Campaign Trail”이라는 작품입니다.
[Dan Goldman]이라는 사람이 그린 것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2008년 미국 대선 과정을 시간 순서에 따라 쫓아가는 내용입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을 러닝 메이트로 삼아,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고 재선까지 지낸 버락 오바마.
공화당에서는 베트남 참전 용사였던 “보수 중의 보수” 故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을 내세웠지만 오바마를 이기진 못했습니다.
매케인의 표를 까먹은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바로…
저 티파티로 악명 높은 사라 페일린입니다.


사라 페일린은 알라스카 주지사 출신입니다.
알라스카는 추운 곳이고 자연히 인구밀도가 낮습니다.
그렇다보니 투표소는 대도시 같은 곳에만 설치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이 선거일이고 당신은 어디 저기 읍 정도 되는 곳에 산다고 칩시다.
투표소가 설치되어 있는 앵커리지까지는 300km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창 밖을 보니 눈보라가 칩니다.
미국은 선거일이 공휴일도 아닙니다.
그냥 일 하러 나가거나 집에서 쉬게 되겠죠.
이렇게 유권자들이 정치에 무관심 해지고, 투표율이 낮아지고, 갱제-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결국 알래스카는 공화당이 문자 그대로 날로 먹는 지역이 됐습니다.
그렇다보니 사라 페일린 같이 머리 속에 아무 것도 든 게 없는 사람도 주지사에 앉을 수 있는 주가 된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점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그림 같은 사례죠.
민주주의라는 게 결국은 중우정치가 되거나, 악의에 가득 차 있고 시간은 많은 소수에 의해 좌우되는 결함 투성이라는 건 이제 좀 다들 인정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아무튼 트럼프가 기소되면서 대선에 나온다 만다 하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2008년 대선이 떠오릅니다.
잘 하면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고 사라 페일린 같은 정치인들이 또 날뛰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