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생애 최초의 기프티콘

요즘이야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 걸 찾는 게 어려운 세상입니다.
문자 메시지나 카톡으로 선물도 쉽게 주고 받을 수 있게 됐죠.
지금은 당연한 것 같은 이 “기프티콘”도 먼 옛날에는 ‘최첨단’ 기술이었습니다.

기프티콘은 상표명입니다.
선물(Gift)과 이모티콘(Emoticon)을 합쳐 만든 말.
당대의 히트 상품이었던 네이트온 메신저에서 이모티콘 처럼 선물도 주고 받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 했다고 합니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주고 받는 선물을 모조리 기프티콘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스카치 테이프’나 ‘호치키스’ 같이 고유 명사에서 대명사가 된 것이죠.

뒤적여보니,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9년 6월 23일, 처음으로 기프티콘을 받아 사용 했었네요.


2009년 6월 23일, 생애 첫 기프티콘을 받았습니다.
SKT스토리 이벤트에 응모하여 받았던 것입니다.

2009년 당시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몰랐고, 접었다 폈다하는 2G 폴더폰이 대세였습니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사람들이 피처폰이나 좀 쓰고 그랬었습니다.
북미에서는 아이폰이 99.9달러라는 가격(지금은 1,500$ 프리미엄 폰이 됐습니다만)으로 나와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을 때, 한국 이동 통신 회사들과 휴대폰 제조사들은 담합을 일삼으며 자국 소비자들을 기만했습니다.
같은 브랜드 같은 휴대폰이라도, 해외 출시 모델은 Wi-Fi 기능이 들어갔지만 한국 내수용은 무선랜 기능을 제거한 결함품을 판매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상파 DMB 따위나 붙여놓고 “한국 사정”에 맞췄다고 대단한 일이나 되는듯 뻐겼죠.
2009년 11월 KT의 아이폰 도입 이후 살짝 나아지는듯 했지만…
이런 한국 대기업들의 횡포는 사실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소 업체들이 일찌감치 나가 떨어지고 끝까지 버티던 LG도 결국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뗀 지금, 유일한 스마트폰 제조사로 남은 삼성은, 아직까지도 해외 제품과 내수용 제품들의 가격이나 사양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2006년 12월 시작된 기프티콘은 사실 그 앞날이 위태위태 했습니다.
당시 3G 서비스가 대중화되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폴더폰이 대세였고 숫자만 겨우 표시되는 단색 액정만 붙은 휴대폰을 가진 사람도 드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선물을 보낸다는 발상이야 좋았지만, 대부분의 휴대폰이 기프티콘을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는 2G 폰이었다는 부분이 치명적이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제가 쓰던 삼성 Anycall 화면 해상도가 낮아 글씨 등이 다 깨져 있는 걸 확인 할 수 있죠.

뭐 그래도 스타벅스에 가서 바코드 찍으니까 잘 찍히고 교환도 잘 되어서 맛있게 바꿔 먹었습니다.


위의 사진으로부터 약 2개월 후 또다른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기프티콘. 이번에는 던킨.
당시 기프티콘 런칭 2년 반 정도되는 시기여서, 홍보를 위해 이벤트 등으로 많이 뿌렸습니다.

당시 휴대폰 문제로 기프티콘을 아예 쓸 수 없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기프티콘 이벤트 경쟁률이 낮았습니다.
기프티콘 준다는 이벤트에 일단 응모만 하면 어지간해서는 당첨 됐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소리죠.
SK마케팅앤컴퍼니에서 2006년 12월 기프티콘 서비스를 시작한 후(SKMC에서는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출시 당해는 연말이었고 다음해까지도 매출은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을 지나면서 3G 폰이 나름 대중화 되었다고 여겼는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2009년에는 2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기프티콘은 시장에 안착합니다.

기프티콘의 유래와 역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기프티콘 성공 스토리,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내는 깜짝선물(동아 비지니스 리뷰)]을 참고 하세요.
기프티콘을 기획 하고 성공시킨 장본인 이방형 당시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이 쓴 글입니다.
이방형 씨는 공전의 히트 브랜드였던 TTL을 기획하는 등 당시 잘 나가던 기업인이었습니다.
SK마케팅앤컴퍼니는 2013년 합병을 거쳐 현재는 SK플래닛이 되었습니다.
SK플래닛은 한 때 11번가 운영주체였으나, 2018년경 11번가만 별도 법인으로 분사됐습니다.
SK플래닛은 요즘 B2C로 “시럽”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뭘로 돈을 버나 싶은데… 뭐 알아서 잘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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